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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o ostinato
  이         름 : 조현종 등록일 : 2001/06/02 09:07:42  

basso dstinato


톱질을 하다 말고 절벽을 올려다 봅니다.달이 떠 있습니다.
산 위에 달은 교교히 떠 있고,산 아래는 끝 모를 어둠에 잠겨
있습니다.올려다 보이는 암벽은 뭉게뭉게 풀리는 달빛에
자꾸만 부풀어 오릅니다.머리카락은 올올이 서고 하염없이
달빛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듯 합니다.다시 얼음위로 눈을
돌립니다.톱을 끌어 당깁니다.얼음이 사라락 소리를 냅니다.
톱을 밉니다.톱이 휘여지며 짜릉 울립니다.흠칫 놀랍니다.
사방을 둘러 보며 숨을 죽입니다.트랙을 표시하는 깃발이
어둠 속에서 펄럭입니다.달빛안개에 젖어 온몸이 음습합니다.
먼 데서 부엉이가 웁니다.폭 50cm,길이 1,5M. 톱이 울리는
소리도 아랑곳 않고 얼음을 켭니다.마침내 갈고리로 얼음을
찍어 냅니다.두어시간 후면 다시 얼음이 얼고 동이 트겠지요.
얼음을 눈 속에 파묻고 오니,잘라 낸 자리에는 벌써 살얼음이
얼어 있습니다.스케이트 트랙의 맨 가장자리,밀어 낸 눈과의
경계선에서 안쪽으로 50cm까지 살얼음위에 눈가루를 뿌립니다.
절벽으로 둘러 싸인 야외 스케이트장.여기에서 오늘 아침
누가 죽는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날은 화단에 밀생한 백일홍을 캐어 냅니다.분꽃도 캐어
냅니다.홍초도 캐어 내 뿌리를 나눕니다.그리고 마당을 갈아
엎습니다.다져져 단단한 마당을 깊게 깊게 갈아 엎습니다.
그리고 대문에서 안채 디딤돌까지 빈틈없이 모종을 심습니다.
가득 채우기를,가득 차 오르기를 기원하며 모종을 심습니다.
물 호스를 꺼내어 온 마당에 홍수가 나도록 물을 줍니다.
그리고 방앞 하담밑에 쇠못을 박습니다.창문폭보다 넓게
여러개를 박습니다.전깃줄을 꺼내어 쇠못에서부터 지붕 물받이
까지 죽죽 연결합니다.바둑판 모양으로 옆으로도 줄을 여러개
얽어 맵니다.그리고 옆 담위에서 밖으로 늘어진 넝쿨장미를
담안으로 힘겹게 넘깁니다.난마처럼 얽힌 줄기를 하나하나
풉니다.그리고 한가닥씩 창문 앞 전깃줄 발위에 묶어 올립니다
촘촘히,굽혀지지 않게,겹치지 않게 가지런히 묶어 올립니다.
여기저기 손이 찢어지며 피가 납니다.마침내 완성됩니다.
방안에 서서 밖을 내다 봅니다.시야 가득 붉은 장미꽃의
커텐이 드리워져 있습니다.그 사이사이로 온갖 모종으로
가득 찬 마당을 지나 육중한 대문이 보입니다.그래서
끝없는 한숨은 이 방을 떠나 갈 수 없고 위로의 말은
저 대문을 들어 설 수 없습니다.

어느 날은 봄 시냇가에서 포플러나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꼭대기를 올려다 봅니다.잎새마다 유리질을 입힌 듯
반짝입니다.햇살이 금관악기 소리를 내며 물결처럼 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 쏟아집니다.밤밤밤-.잎새는 끝없이 투명합니다.
바람이 불고 잎들이 수런수런 소리를 냅니다.그 뒤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눈이 부셔 잠깐 눈을 감습니다.수많은 잎들이
눈꺼풀 안에서 검은 그림자로 흔들립니다.눈을 뜹니다.
햇살줄기들이 반짝이며 한꺼번에 달려 듭니다.황급히 눈을
감습니다.검은 햇살줄기가 보입니다.천천히 눈을 뜹니다.
시야가 몽롱하다가 밝아지며 이어 잎새와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아주 천천히 잎새를 바라 봅니다.반짝이다가
문득 어두워지며 사라집니다.하늘을 가만히 바라 봅니다.
푸른 하늘이 문득 사라집니다.눈을 깜빡입니다.하늘이 거기
있습니다.눈부신 햇살속에 포플러나무 옆에 서 있습니다.
눈물은 어두운 눈동자 뒤쪽으로 흘러 내려 쓰디 쓴 가슴을
적십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자 모든 것은 끝이 났습니다.
시간의 강물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 버렸습니다.
천둥소리는 사라지고 뭉게구름만 한없이 피어 있습니다.
끝없는 지평선을 걸어 갑니다.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다만 몇십년을
이렇게 걸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불현듯 한마디가
떠 오릅니다.'그림자'.그러나 이내 지워져 버립니다.
길은 가물가물 끝없이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가 아니며,
또한 당신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직 바흐,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5악장 "샤콘느",
그 5악장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basso ostinato', 즉
"끈질긴 베이스"에 관한 이미지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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