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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샤콘느 음반!]

*** 게시판에 올라왔던 BACH2138님의 글입니다. ***

Ⅰ.샤콘느에 대한 서

원래 샤콘느(Chaconne)는 멕시코에서 스페인으로 전래된 무곡이었지만, 독일 이태리등에서는 기악곡의 형식으로 발전했다. 3박자의 장중한 리듬을 바탕으로 변화무상한 변주를 구현하는 곡형식을 말한다. 변주방법으로 4마디혹은 8마디의 기본형을 가지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형태의 샤콘느와 일정한 선율을 베이스라인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대위법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형태의 샤콘느 두종류가 있다. 샤콘느는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서 쉽게 이미지를 부각시킬수 있으며, 작곡자 스스로도 창작의 영감을 주기 때문에 음악 감상자,작곡자 모두에게 매력을 준다.

바흐무반주곡집에서 가장 탁월한 곡으로 음악인 애호가들로 부터 칭송을 받는것은 파르티타제2번의 제5곡인 샤콘느일 것이다. 이곡은 바이올린곡을 초월하여 불멸의 명곡중의 하나이다. 이곡은 베이스라인을 주축으로하여 끊임없는 변주를 구축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네마디씩으로된 두개의 악구를 가진 8마디의 주제가 화성을 바탕으로 중후하고 위엄있게 제시 되고있으며, 정교하게 계산된 30여가지의 다양한 변주형식의 음악적 흐름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고있다.

글쓴이가 여러종의 샤콘느를 들어본 결과, 곡의 전반부 말미(통상 한5분정도 진행한상태)의 클라이막스 부분의 처리가 서로 다름을 고민한적이 있었다. 아주 짜릿하게 처리하는 헨릭셰링, 밀스타인, 에네스코, 하이페츠, 스토코프스키의 편곡연주등이 있는가 하면 시게티, 그뤼미오, 메뉴인, 마르치, 쿠이켄, 에밀 텔마니등등의 훨씬 더많은 연주자들은 술렁술렁 넘어가듯이 연주하고 있었다. 어느것이 더욱 악보에 충실한 해석인지 궁금하여 음악하시는 분한테 질문했더니 샤콘느 전반부끝부분은 화음표시로만 되어있어서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해석자마다 다를수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전자의 해석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데, 2대가 연주하는듯한 느낌을 줄뿐아니라 곡의 조형감 측면에서도 더욱 설득력을 준다고 본다. 특히 이런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나탄 밀스타인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부분의 논의는 생략하고, 나름대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샤콘느 음반들을 모아보았다. 기존에 한번올려보았던글중에서 샤콘느부분을 약간 심화시켜 보았다. 그리고 무반주 목록도 나름대로 한번 모아 보았다. 글쓴이는 악기를 다룬경험이 없고 거의 전적으로 청각과 감성에 의존하고 있음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Ⅱ. 글쓴이가 생각하는 최고의 샤콘느들 1)

1. 순수와 직관이 교차하는 부슈, 에네스코등의 초기 연주들

6,70년이상을 소급하는 긴 시간의 간극에서 오는 열악한 음질도 이들 연주의 뛰어남을 가로 막지는 못한다. 모든 외형상의 기교를 초월하고 단지 음악이라는 직관적인 통찰력에 의거하여 곡을 풀어 나가는 이들의 연주앞에서는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없을 정도이다. 낭만성과 엄정함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어느한쪽에 치우쳐있지도 않고, 다만 듣는이의 영감에 호소하며 뚜벅 뚜벅 나아갈뿐이다. 다소 와일드한 기교상의 거침도 연주자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곡의 순수성과 신비로움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상승작용한다. 이들이 연주하는 샤콘느를 듣노라면 인간적인 따사로움과 순수미가 어떤것인가를 알게한다.샤콘느의 아름다움을 깊히 공감하려면, 이들의 연주는 반드시 들어 보아야 할것이다. 특히, 에네스코 (Georges Enesco/1881~1955/루마니아) 의 연주는 어떤이의 샤콘느 보다도 선굵은 진행을 보여준다. 마치 핵탄두를 장착한 것 같은 힘이 발산는 것 같다. 몇군데의 미스터치가 존재하지만, 아주 순수한 느낌을 전한다. 이연주는 직접적으로 헨릭셰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연주는 시게티와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영적인 초절함이 연주속에 몰입되어 있는것같다.

2.영적인 선율이 전율로 다가오는 마력적인 시게티의 연주

요제프 시게티(1892.9~1973.2.20/부다페스트)의 무반주연주는 바이올린 선율의 배후에 내재된 무언의 영적 느낌이 그의 연주를 매우신비스럽게 한다. 사실, 모든것을 제껴두고 기교 하나만으로 이 연주곡집을 판단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것이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와닿는 그의 연주의 흡인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부정할수는 없을것이다. 굵은 선율의 음색, 거친 비브라토,빈번한 액센트의 사용등이 그의 연주를 특징지우는 외향적인 요소일것이다.이런 그의 연주는 일반적인 연주자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나는 것일것이다. 시게티는 내면적인 지성이 기교를 뛰어넘을수 있음을 보여주는 바이올린 연주자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요제프 시게티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들어 녹음한 전곡레코딩은 무반주 연주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가 연주하는 샤콘느를 들어보면 최근의 후배연주자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연주속도가 상당히 느리고, 최정상급 연주자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교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많이 존재 한다. 비브라토가 매우 거칠고 액센트를 많이 사용하여 곡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것이 대표적으로 그러한 예들일것이다. 이러한 때문에 그의 연주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연주외형을 가지고 이연주를 평가절하 하여 판단하기엔 아무래도 좀 뭐하다. 그는 어떤 연주자보다도 샤콘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인데, 그의 연주가 애호가를 열광시키는 것은 결코 "하이페츠"같은 고난도의 아찔한 고난도의 기교가 아니다. 그의 연주는 기교를 초월한 고고한 음악적 자태로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시게티가 샤콘느에 불어 넣은 음악적 콘텐츠는 영감을 자극하는 소박하고 솔직 담백한 조형미에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요컨대, 그의 연주를 단적으로 말하면, 기교를 초월하고 직관적통찰과 무한한 영감이 빛을 발하는 지성 그 자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글쓴이는 무반주곡중에서 시게티의 것을 제일 처음 접했었는데, 그때의 신비로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아가는 그 힘차고 거친 보잉에서 여태껏 생각하지 못한 감동을 느꼈었다. 셰링게 낫다 시게티게 낫다 식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글쓴이는 아직도 명확한 호불호 우열의 판단을 못하고 있다. 밀스타인 것을 포함하여 이 3음반은 최고의 경지에 놓여진 것으로 평가할 따름이다.

3.셰링의 오르간풍의 점착성의 연주(67년 레코딩)

헨릭셰링( Henryk Szeryng/1918~1988/바르샤바 )의 이름은 무반주 바이올린 곡의 대명사 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는 바흐연주에 있어서누구보다도 흔들림없는 냉철함으로 곡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셰링의 무반주연주는 자신의 위대성을 만방에 알린 불멸의 음반들 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바흐 전문연주자란 사실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수 있을것이다. 전6곡 어느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고르게 연주 하는 그를 보면, 들을 때마다 경외감이든다. 특히 소나타 같은 곡의 연주는 셰링을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된다. 파르티타곡에서도 그는 흔들림없는 초절함으로 서정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어떤 바이올린 연주자보다도 깨끗한 음색을 들여주며, 뜨거운 내면세계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곡집의 이상적인 연주로 이음반이 거론되는 주된 이유는 화려한 기교나 과도한 감정 처리가 아니라, 무뚜뚝한 표현과 냉철함을 바탕으로한 내적 열정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바흐의 위업을 어떤연주보다도 잘 전달하는 연주로서, 좀처럼 싫증이 나지않는 ,이곡집의 불후의 명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는 전곡을 2번 녹음했는데, 55년레코딩은 청장년에 다다른 그의 힘있는 보잉을 엿볼수 있다. 매우 순수하고 유미로운 연주이다. 윤기가 감도는 굵은 선율의 호소력 짙은 바이올린음색은 청춘의 애상감 마저 느끼게 한다. 어떤측면에서는 이음반이 훨씬 음악적으로 더 와 닿을수도 있다. 음악적 구체화란 측면에서의 이음반이 주는 솔직 담백함과 명확성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67년레코딩은 10년이상의 시간의 간극 탓인지 , 바이올린의 음색에서는 약간 기름기가 빠진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나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는 아닐것이다. 오히려 음색을 초월하는 내적인 성숙미가 발현될수 있는 단서를 부여 한것으로 볼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67년음반을 들어 보면 훨씬 감정조절이 냉철해 졌으며, 감성보다는 지성에 호소하는 그런 음악으로 내실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력히 받게 될 것이다. 통상, 셰링하면 이 67년앨범을 최고로 치지만, 55년녹음도 결코 이에뒤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반,구반 모두 최고의 음악성을 자랑하고 있는데, 양자중 어느것에 더우위를 둘지의 판단은 오로지 감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그의 샤콘느 연주를 들어보면 바이올린을 마치 오르간같이 연주한다. 어떤 바이올리니스트 보다도 그는 현을 균질적으로 연주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음이나 저음이나, 단선율이나 중음연주나, 추호의 흔들림없는 탁월한 균형감각을 그는 이샤콘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 화음형의 연주가 많이 배치된 이곡을 그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마치 건반악기 연주하듯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런이유로 그가 만들어 내는 샤콘느는 매우 끈적끈적한 흡인력을 발산한다. 오르간풍의 이런 점착성의 연주는 바이올린으로는 좀처럼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음정을 흔들림이 없도록 유지하면서, 균등한 음색을 만들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화성의 틀을 벗어날수도 있으며, 음이 끊어 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셰링은 이런 어려움을 전혀 개의치 않고 덤덤하게 연주 하는데, 그리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우 강인한 맛을 들려 준다. 또한 유리같은 맑은 음색과 냉정함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 내면에서는 뜨거운 정열을 느낄수 있다. 표현에 있어서 고전주의적인 명쾌함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내면은 용암 처럼 뜨거운 느낌을 무한정 담고있다. 요컨데,그의 샤콘느는 고전주의적인 명료함과 낭만주의의 멋진 조화를 통해 이룩한, 또하나의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4.밀스타인의 드라마틱한 바이올린 본연의 울림(73년 레코딩)

구소련 출신으로 밀스타인(Nathan Milstein/1904~1992/러시아)은 기교파에 속하는 대표적인 연주자라고 할수 있을것 이다. 그가 표현하는 바이올린 음색은 셰링만큼 깨끗하지도 않고 ,심오하고 깊은 맛을 주는 선율은 못된다. 오히려 매우 날카롭고 가는 음색으로 연주한다. 그런데 그의 연주가 셰링과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음악적 정교성를 드높이는 초절한 기교와 음악을 조형적으로 구축해가는 낭만성에서 일것이다. 한음도 놓힘이 없는 그의 세밀한 악구 처리는 어떤연주보다도 훌륭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마치 한홀의 빈틈도없는 촘촘히 짠 비단처럼 헛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기교파연주자들이 실패하곤하는 음악의 내용실현 측면에서의 감정이입도 훌륭하여 매우 내실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르티타 제2번 ,제3번 연주를 들어 보면 그의 악구처리와 감정처리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수 있을 것이다. 그는 두번정도 전곡을 녹음 했는데, 이들 50년대레코딩과 73년레코딩 모두 뛰어난 음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것이다. 구반은 전체적으로 속도가 약간 더 빠르며,기교적으로 더안정적이다. 모노 녹음 특유의 정갈한 맛도 느낄수 있다. 이에 비하여 73년 음반은 곡의 내면화에 진일보한 연주라고 할수있을것이다. 곡의 밀도와 조형감측면에서 신반이 약간 더 우세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신반 구반 양자의 우위성 판단에 있어서는 헨릭 셰링이 그러하듯이 단적으로 우열을 논할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나탄 밀스타인은 낭만파음악을 잘연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연주자이지만, 스스로 술회하듯이 샤콘느를 어떤곡 보다도 좋아 했다. 그가 연주한 샤콘느를 들어 보면 드라마틱한 음악의 조형감이 뛰어나며, 피가 솟구치는 것 같은 기교적인 아찔함에 놀라게 된다. 강약의 대비감,템포의 완급조절,음색의 다변화등을 통해 샤콘느가 가질수있는 감춰진 또다른 측면을 잘부각시키고 있다. 화음형의 중음 연주에있어서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음향처럼 울려 퍼지며, 빠른 부분은 하이페츠보다 더 빨리 연주한다. 전체적인 템포는 느린편에 속하지만, 속도의 가감조절과 비트의 강약조절로 인해 음악적 조형감이 탁월하고, 음악의 밀도가 매우 높다. 또한 기교적인 훌륭함 때문에 곡자체가 매우 정교하게 연주되고 있다. 최고의 비르투오소인 밀스타인의 낭만성이 샤콘느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놀라운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주고있다. 언제 들어도 놀라울 정도의 매력을 선사하는 곡이다. 밀스타인은 대표적인 기교파에 속하는 연주자이지만, 바흐음악처럼 기교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는 않는 이러한 장르에서도 아주 훌륭히 그진가를 발휘하는 몇안되는 명인이다. 하이페츠 (그는 20세기의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추앙받고있음) 같은 비르투오소조차도 자신의 수업을 빠질지언정, 밀스타인의 연주는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극찬을 하였다고한다.

5.이슬 머금은 풀잎처럼 청아한 그뤼미오의 연주

그뤼미오(artur Grumiaux/1921.3.21~1986/벨기에)는 클라라 하스킬과 협연한 모짜르트음악이 전설적이라는 평가 를 받는 연주자 이다.그의 바이올린음색은 매우 유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색이다. 이런 음색상의 특이점은 그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와는 달리 활을 비교적 느슨하게 하여 연주한것에 기인한것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트라베르소 플룻 음색 같기도하고 ,어찌보면 엠마 커크비의 목소리같기도한데,청초하고 단아한 음색은 수채화의 채색처럼 은은하게 귓전을 맴돈다.음색 하나만을 놓고 판단 한다면, 이세상의 어떤 바이올린 소리보다도 아름답다. 필립스 레이블에서 녹음한 이음반도 극히 아름다운 연주로 새로운 시각에서 바흐를 바라본다. 유미주의적인 그의 이러한 연주 스타일은 엄정한 맛이 풍기는 소나타보다는 서정성을 보다 더 간직한 파르티타에서 아주 큰 설득력을 갖게한다. 특히 ,파르티타 제1번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수 없는데, 뼈에 사무치도록 깊히 가슴을 파고든다. 파르티타 제2번, 3번도 최고의 예술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바흐음악이 꺼리는 비브라토의 적극적인 사용이 우선 눈에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외관상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뤼미오가 구축해 나가는 음악적 응집력은 모든것을 기우로 만들어 버린다. 음악의 진행에 있어서, 결코 속됨이 없다. 또한 결코 감정이 넘쳐 흐르도록 만들지도 않는다. 그뤼미오의 연주는 낭만적인 정신이 충만한 연주 이지만,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중용적인 조화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1977년 보이저호를 통해 외계에 인간의 존재를 알리기위해 동판에 음악을 남겨놓았는데, 그뤼미오가 연주한 파르티타 3번 제3곡인 Gavotte en rondeaux가 선곡되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따스하고 솜털같은 음색이 인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샤콘느에서도 그뤼미오는 외형상 유미주의적인 요소가 강조된 연주를 들여주고 있다. 날카로운 음색이 아닌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음색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뤼미오는 모짜르트음악에 탁월한 연주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샤콘느는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지나간다. 사춘기시절의 청춘의 애상감이 끝없이 펼쳐지는듯하다. 어느 누구의 샤콘느보다도 음악적 내용이 구체화 되어 있다. 그가 연주하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들어봐도 역시 그러하다. 아마 비탈리의 그것도 그뤼미오 연주를 따를자 (물론 하이페츠의 연주도 초절한 기교를 바탕으로 아찔하고 절규하는 느낌이 인상적이고 감명적임) 가 없을 것이다. 음색자체의 외형적인 모습을 보면 바이올린으로는 이례적인 허스키 보이스에 가까우며, 아침이슬 머금은 풀잎처럼 청아한 음색으로 들린다. 이런 음색이 독주음악의 대위법적 성격과 맞물려 아주 화성적인 맛을 더하게 해준다. 또한 그의 연주로 하여금 호소력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게한다고 본다.

6.애잔한 감동을 주는 요한나 마르치의 연주

무반주연주에 도전한 여류바이올리니스트는 몇되지 않는데, 마르치(1926~1979는 그중에서도 단연코 선구자 적인 존재이다. 근자에 여성 연주자들의 녹음이 종종 행해 진다. 고난의 삶을 살다간 음악가들을 보노라면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어찌보면 축복받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그들이 남긴 보석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행운, 아니 그 이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르치도 비운의 음악가 가운데 한명일것이다. 월터 그레그 라는 PD의 성적인 요구를 뿌리친 그녀에겐 음악가로서의 명성에 많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레코딩은 얼마되지 않는데, 이유는 그의 농간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가 남긴 이 무반주 레코딩은 그녀의 삶과 자태가 음악에 녹아있다. 슬프디 슬픈 비가를 연상시키는 흐느낌 같은 가요적인 선율미가 전 6곡을 흐르고 있다. 그녀가 들여주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순백색의 청결감 그자체라고 보면 될것이다.

파르티타2번 제1곡인 알레망드부분 부터가 떨리듯이 시작되는데, 샤콘느악장에 이르면 그러한 떨림은 흐느낌 처럼 애잔하게 가슴을 진동한다. 서두부분의 음정이 약간 불안정하다. 그러나, 이는 이곡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비극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가져다 주는 쪽으로 작용한다. 전체적으로 요한나 마르치)의 연주는 느리고 가요적인 선율미가 두드러지게 부각되어있다. 아름다운 그녀의 우수어린 모습이 고스란히 샤콘느에 녹아 있다. 아름답다는 것이 그녀에겐 삶의 비극으로 작용한지도 모른다.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최초로 이음반을 녹음 했으며, 지금도 그녀를 능가하는 여성 연주자는 없다고 본다. 한음 한음 조심스럽게 풀어 나가는 그녀의 연주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녹여져 있으며, 청결미가 감돈다. 조각가인 글렌 암스트롱 같은이는 그녀의 음악에 경도되어 그녀의 음반을 출반할 목적으로 레코드회사를 만들었다는고 하는데, 이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7.따스한 인간미를 주는 쿠이켄의 거트현 연주 /DHM/1981(바로크 바이올린)

쿠이켄(1944년 출생/벨기에)은 인간적으로 따스하고 존경할만한 인격의 소유자 인듯하다. 그가 입양해서 잘 키운 우리나라 출생의 자신의 아들 딸을 보면 고개 마져 숙여진다. 얼마전 방한하여 자식들의 생부모들을 찾아 주려 다니는 과정에서 시골장터서 파는 칡차를 마시고 그것의 깊고 독특한 맛에 감동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기스 발트 쿠이켄은 바로크 원전 바이올린의 선구자적인 존재이다. 원전연주는 거트현을 달아서 바로크 스타일로 연주하는데, 거트현 자체가 주는 부드러운 인간적인 울림은 아주 매력적이다. 다만 낮은 현의 인장력은 연주를 곤혹스럽게하는 방향으로 내몰기도 한다. 소나타제1번 푸가악장이나, 샤콘느를 들어보면 연주시 의도하지 않는 현의 이완작용에 애를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바로크 바이올린연주는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고 본다. 최근 원전 연주가 유행이어서 레코딩도 자주 행해진다. 원전연주중 단연코 두각을 드러내는 연주자가 바로 쿠이켄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그의 연주를 들어 보면 엄정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도처에 보인다. 그리고 거트현 특유의 따스한 맛이 음악자체를 낭만적으로들리게 하게 하기도한다. 녹음 한지가 벌써 20년을 넘는데, 원전 무반주연주 역사에있어서 그의 선구자적인 업적과 음악적인 성취는 많은 평론가들에 의해서 자리매김 받고 있는듯하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이 쿠이켄의 음반은 아무 꺼리낌 없이 부담없이 와닿는 음악으로, 초심자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연주이기도 하다. 그의 샤콘느는낭만적 아름다움과 절제미가 배려된 따스한 연주이다.

8.스토코프스키의 샤콘느 편곡음반

스토코프스키의 샤콘느 편곡음반은 마치 장송곡 처럼 비장감이 넘치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템포도 매우 느리게 운용 되어있는데,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스토코프스키의 편곡의 훌륭함을 먼저 칭찬해주고 싶다. 이샤콘느연주는 편곡연주의 묘미가 십분 발휘되어있으며, 감상에 많은 재미를 가져다 준다. 편곡연주가 이토록 자연스럽고 원곡을 무색하게 하는 이유는 역시 바흐음악이 가지는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것이다. 지하에 있는 바흐가 자신의 곡이 이렇게 장엄하고 숭고하게 편곡 연주되는 것을 듣는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9.화성의 신비감을 부각시키는 에밀 텔마니의 곡궁연주(1953~54녹음/TESTAMENT)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연주와 관련하여 아르놀드 쉐링이나 알베르토 슈바이쪄 박사같은 음악학자들이 곡궁 에의한 연주를 언급한 이래로 오토 뷔흐너, 롤프 슈뢰더(콜롬비아 레코드사)와 에밀 텔마니등의 바이올리니스트 등이 실제로 그런 시도에 동참 하였었다. 여기서 곡궁이란 이른바 "바흐활"로 불리는 등이 휘어 있는 활을 말한다. 곡궁을 사용하자는 주장은 다성음악의 특성을 잘 포착할수 있다는 전제에서 제기된 것이다. 다만 지금은 통상의 활로 연주하는것이 일반적이다. 요컨데, 곡궁 을 사용하자는 견해는 중음연주 특히 3성부,4성부의 화음의 음가를 정확히 연주 할수있다는 측면에서 주장되었다고 보인다. 곡궁을 사용한 위음반(특히 에밀텔마니의 음반)에서 샤콘느부분의 연주를 들어보면 화음연주의 음가가 통상의 활을 사용한 연주보다 세밀하다는 것을 감지 할수있다. 이런점에서는 일응 이들의 주장이 입론될 여지는 충분히 있을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선율의 전개에 있어서는 곡궁이 곡을 둔중하게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것 같다. 즉 중음연주이냐 단선율 연주이냐에 따라 활의 인장력을 조절하여야 할 뿐아니라 보잉시의 힘의 조절에서 어색함이 느껴지고 선율의 흐름이 부자연 스러울수 있다. 따라서 곡궁이라는 도피처를 찾기보단 통상의 활로 밀어 부치는것이 더 나을것이다. 음가의 불가역적 한계는 나누어 연주하는 방법을 취하면 크게 무리는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인지 곡궁을 사용하자는 견해는 지금은 설득력을 거의 상실하여 지지하는자를 찾기 어렵게 된것같다. 국내에도 대부분 곡궁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그런데 그의 샤콘느는 곡궁을 통한 신비스런 느낌이 인상적이다. 바흐가 이런 시도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기도 한데, 화성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주는 이 연주는 곡궁연주의 타당성 자체는 차치하고라도, 나름대로 샤콘느에 대해 진지한 음악적 접근을 하는 그의 끈기와 고집에 대해서는 칭찬해주고 싶다. 확실히 이런 식의 시도는 정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음악적 도피라는 비난을 받을 여지는 다분히 있다. 그렇지만 악보 그대로를 현에 실을수있다는 점은 곡궁연주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동기가 될것이다. 그런데 예술적으로 훌륭한 연주가 되려면 음악자체에 대한 장악과 안정된 기교가 바탕이 되어야 할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곡궁연주자에게는 이중의 고통이 따르는것 같다. 즉 음악자체에대한 음악적 장악과 더불어 활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만 곡궁의 취지를 실현 할수 있다. 이점에서 그의 이 샤콘느는 매우 뛰어나다고 하지 않을수 없을것 같다. 연주시간도 아주 긴편에 속하며, 순 음악적으로도 아주 호소력 높고 조형감도 뛰어나다. 텔마니의 샤콘느에서 풍겨지는 뉘앙스는 "스토코프스키"가 관현악을 통해 불어넣는 느낌과 비슷한 일면이 있는데, 그어떤 샤콘느 보다도 비극적이고 삶의 우수를 가져다 주는 음악 이다. 구사하는 활의 종류와 그연주 방식을 초월하여 곡자체가 이렇토록 훌륭히 처리되어 감명을 준다는 사실은 바흐음악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를 묵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 곡궁을 통한 샤콘느연주는 활에 대한 머릿속의 상상력과 음악적 집요함이 한덩어리로 어울어져 탄생한, 음악의 막내둥이 같은 존재이리라 !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음악적 내용을 담고있는 독자적이며 창의적인 음악이다. 샤콘느를 사랑하는 감상자라면 들어야 할 명연주로 글쓴이는 생각하는 바이다. (선곡에 가장 고심했음)

10.기타 음반

음감이 뛰어나고 기교적 안정감이 훌륭한 하이페츠의연주, 부드럽고 이지적인 우토우기의연주, 그리고 다른 바이올린연주들도 훌륭한 음악 많을 것이다. 인간미 넘치는 피아노혹은 기타 편곡연주들도 애호가들한테 사랑받고 있다.

Ⅲ.글을 맺으며...

얼마전 복각된 에네스코판을 구해 들으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음악은 가난하나 부자나 공평하게 와닿는다는 사실이다. 들은 이야기지만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이 에네스코 LP원판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가격이 무려 3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음질이 극도로 열악한 CD(1940년녹음 / ISTITUTO DISCOGRAFICO ITALIANO)를 듣고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LP보다는 못하지만 2.3만원대의 CD에도 나는 만족한다.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전해지는데, 한갓 LP못 듣는다고 세상 탓할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의힘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유대라고 보여지는데, 그강력한 힘이 나로 하여금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ㅡ 다음은 글쓴이가 나름대로 확인한 무반주바이올린(혹은 비올라) 녹음현황이다. 더많은 음반이 있을것이다.ㅡ

1.1929,1949//아돌프 부슈//파르티타제2번(EMI),소나타제3번(콜롬비아)
2.1934~36//예후디 메뉴인//EMI- 최초의 전곡 녹음
3.1940//조르주 에네스코// IDIS 328/29
4.1949-1950//조르주 에네스코/Continental
5.1952//야샤 하이페츠//RCA
6. ? // 야샤 하이페츠//CBS(Catalog Number:1956)
7.1953~54//에밀 텔마니//TESTAMENT [곡궁을 사용하여 녹음]
8.1954~55//요한나 마르치//EMI
9.1954~56//나탄 밀스타인//EMI
10.1955//헨릭 셰링//SONY
11.1955~56//요제프 시게티//뱅가드 클래식
12.1960~61//아르투르 그뤼미오//필립스
13.1964//수잔느 라우텐바허//BAYER DACAPO
14.1967//헨릭 셰링//DG
15.1967//루지에로 리치//MCA
16. 1970 //요제프 수크//EMI
17.1970대초반 // 브레티 슬라브 노보트니//SUPRAPHON
18.1973//나탄 밀스타인//DG
19.1975 //펠릭스 아요//필립스
20.1976 //살바토레 아카르도//필립스
21.1979 //장 작크 캉트로프//DENON
22.1980//기돈 크레머//필립스
23.1981//지기스발트 쿠이켄//DHM(바로크 바이올린)
24.1982//토마스 체트마이어//텔덱
25.1984//슐로모 민츠//DG
26.1984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 Orfeo
27.1984∼85 //압 슈뢰더//(바로크 바이올린)
28.1987//이작 펄만//EMI
29.1989//올리그 카간//에라토
30.1991 // Patrick Bismuth // STIL
31.1991//크리스티안 에딩거//낙소스
32.1991//우토 우기//RCA
33.1992~93//빅토리아 뮬로바//필립스(파르티타만 녹음)
34.1994 //이다 헨델// TESTAMENT
35.1995 // 벤자민 슈미트(v),리사 스미르 노바(p) // MDG // 피아노파트 동반한 녹음
36.1995 //모니카 휴게트//VIRGIN(바로크 바이올린)
37.1996 //루시 반다엘//낙소스(바로크 바이올린)
38.1995~96 //멜라 탄넨바움// ESS.A.Y Recordings
39. ? //Gerard Poulet(제라르 풀레)//ARION
40.1997 //엘리자베스 월피쉬//하이페리온
41.1997 // Aaron Rosand // Vox Classics
42.1998 //Scott Slapin (Viola 연주) // Eroica
43.1998 // Benedict Cruft // Tononi
44.1999 //레이첼 포져//채널 클래식(바로크 바이올린)
45.1999 // Alex Deych(Viola 연주) // Independent
46.2000? //James Ehnes// Analekta/Fleur de Lys
47. ? //오스카 셤스키//ASV
48. ? //샹도르 베그//VALOIS
49. ? //카를 주스케//BERLIN CLASSICS
50. ? //테츨라프//VIRGIN (이상)
51. ? //정경화//
52. ? //이성주//


각주----------------------------------------------------------------

1)http://saeronam.or.kr/praise/classic/mp3/compare/chaconne/select.htm#1.%20샤콘느(Chaconne)에%20대해>라는 주소로 들어가시면 아래와 같은 다양한 샤콘느를 감상할수있습니다.(리얼 플레이어가 있어야 감상가능)

1.헨릭 셰링(바이올린)
2.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3.안드레아 세고비아(기타)
4.레오폴드 스토콥스키(관현악)
5.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6.아돌프 부쉬(바이올린)
7.타티아나 니콜라예바(피아노)
8.백건우(피아노)
9.요셉 시게티(바이올린)
10.요한나 마르치(바이올린)
11.톰슨 퍼커슨(피아노)
12.줄리안 브림(기타)
13.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14.페루초 부조니(피아노)

그리고 이홈피에서는 루시 반 다엘(바로크바이올린), 폴 갈브레이스의 8현 기타버젼, Manuel Barrueco의 기타버젼 3곡을 만날수있습니다.


ㅡ 이상 ㅡ